We can use sewage to track the rise of antibiotic-resistant bacteria

하수 조사로 ‘항생제 내성’의 위험에 맞서다

폐수 감시는 우리가 코로나19를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제는 하수를 활용해서 항생제 내성이라는 ‘조용한 팬데믹’에 맞설 수 있다.

이번 주에 나는 목이 아프고 코가 막혀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담겨 있는 낡은 상자를 꺼냈다. 오랫동안 건드리지 않아서 상자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영국은 요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그다지 많지 않아서 한동안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할 일이 없었다.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에 적어도 한 번은 걸렸고, 백신을 세 번 접종했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주 내내 나는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를 추적하도록 설계된 도구들을 다음에 찾아올 팬데믹을 대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다음 팬데믹이란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세균(박테리아)의 확산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조용한 팬데믹(silent pandemic)’이라고 부른다.

항생제 내성(antimicrobial resistance, AMR)은 이미 큰 문제이다. 연구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2019년에 항생제 내성균과 관련하여 사망한 사람의 수는 500만 명에 달한다. 게다가 문제는 더 악화되고 있다. 새로운 항생제를 찾기 위한 연구는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항생제 내성균과 그런 세균이 가진 항생제 내성 유전자는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화장실 변기 물을 내리면 이러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하수처리장으로 흘러나간다.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국가가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를 찾기 위해 폐수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연구로 우리는 해당 지역의 코로나19 감염자 수와 각각의 지역사회에 퍼져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의 종류를 추정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접근법을 활용하면 항생제 내성에 대해 이해하고 앞으로 항생제 내성의 영향을 제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폐수에는 인간의 건강에 대한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지역사회의 하수 샘플을 조사하면 해당 지역에서의 약물 사용에 대한 증거를 발견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또한 소아마비 발병을 추적하기 위해 오랫동안 폐수를 연구해왔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이러한 연구의 대부분은 대체로 학술적인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소규모 연구에 불과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의 환경 미생물학자 에이미 커비(Amy Kirby)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커비는 전국적인 폐수 감시를 위해서는 “건설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 감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이러한 비용 문제로 인해 폐수 감시 시스템 개발을 포기하는 일이 많았다. 커비는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준 세계적 전염병인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나서야 이러한 생각이 바뀌었으며, 폐수 감시 시스템에 대한 초기 투자가 가치 있는 일로 여겨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19에 대한 폐수 감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시스템을 항생제 내성균 같은 다른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감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항생제 내성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새로운 방법이 절실하다. 우리는 항생제를 감염증 치료뿐만 아니라 수술을 받고 있는 사람이나 그 외의 다른 이유로 감염에 취약한 사람들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사용한다. 그러나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유전자를 보유한 세균에는 항생제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영국 엑시터 대학교(University of Exeter)의 앤 레너드(Anne Leonard)는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한 감염증은 더 오래 유지되며 더 심각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고 사망 위험성도 더 높다”고 설명한다. 또한 우리에게는 우리가 섭취하는 식물이나 작물을 감염시키는 세균과 곰팡이 치료를 위한 항균제도 필요하다.

커비는 미국 전역의 폐수에서 항생제 내성균을 지속적으로 찾아내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전국 규모의 수질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커비가 이끄는 연구팀은 폐수처리장에서 수집한 샘플을 연구하고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세균 유전자를 찾을 예정이다.

커비는 감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의 증거를 찾고자 한다. 이러한 세균에 노출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세균은 사람들의 몸을 아프게 할 수 있다.

세균들은 서로 유전자를 교환할 수 있다. 심지어 종이 다르더라도 유전자 교환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가진 무해한 세균이 이 유전자를 해로운 세균에게 전달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도록 만들 수 있다.

커비는 “미국 가구의 80%가 하수처리 시스템과 연결된 변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들이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그들이 세균에 감염됐는지에 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유럽 전역에 대한 감시 계획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도시 폐수 처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항생제 내성균 모니터링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자고 제안했다. 현재는 개정안에 “항생제 내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잠재적으로 향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모니터링 의무 도입이 필요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폐수 감시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이러한 정보는 의사들이 어떤 항생제를 처방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현재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어떤 항생제가 가장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추측을 바탕으로 항생제를 처방하는 일이 많다. 이론적으로는 의사들이 면봉으로 세균에 감염된 사람의 세균 샘플을 채취해서 실험실에 보낸 다음, 그곳에서 세균을 배양하여 어떤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을지 알아낸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의사들은 실험실 검사에 필요한 하루나 이틀을 기다릴 수 없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패혈증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항생제를 처방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위험한 부분은 의사들이 다양한 유형의 세균을 죽일 수 있는 강력한 ‘광범위 항생제(broad-spectrum antibiotic)’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광범위 항생제는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광범위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도록 변이를 일으킨 세균은 매우 위험하고 잠재적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폐수 감시는 어떤 세균이 지역사회에 퍼지고 있는지, 해당 세균이 어떤 항생제에 취약한지 드러낸다. 커비는 “만약 과학자들이 특정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유전자가 증가한 것을 알아채면 지역 의사들에게 해당 항생제를 처방하지 말라고 조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또한 수질 감시를 통해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환경을 어떻게 오염시키고 있는지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레너드는 “우리가 항생제를 복용하면 항생제 성분의 최대 90%가 대소변으로 배출되므로 결국 하수도로 흘러 들어간다”라고 말한다. 게다가 이러한 폐수의 일부는 강이나 호수, 바다까지 흘러 들어갈 수 있다.

우리는 잠재적으로 항생제 내성균을 환경에 배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표수와 동물들의 서식지에서 새로운 항생제 내성균이 생겨나도록 일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세균 또는 적어도 그런 세균이 가진 항생제 내성 유전자는 사람에게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

레너드는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주변의 해안 수역에서 항생제 내성균을 찾고 있다. 레너드는 예를 들어 서퍼(surfer)처럼 물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장내에 항생제 내성균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레너드는 “해수욕하는 사람들은 그러지 않는 사람들보다 항생제 내성균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세 배 더 크다”고 말한다.

대장 내에 항생제 내성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이러한 세균은 그 자체로 병에 걸리게 하지 않더라도 잠재적으로는 장내의 다른 세균과 유전자를 교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결과로 어떤 해로운 항생제 내성균이 탄생하게 될지 알 수 없다.

내 코로나19 자가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아마도 평범한 감기에 걸린 것 같다. 나는 내 대장과 온몸에 수백만 마리의 세균을 가지고 있고 그중 일부는 항생제에 내성이 있을 수도 있음을 알고 있다. 나는 그것들이 위험한 세균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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