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테크의 대규모 해고에도 ‘AI 겨울’이 다시 오지 않는 이유
연일 잔인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기술 기업들이 차례로 대규모 해고를 발표했다. 1월 중순에 알파벳(Alphabet)은 1만 2,0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알파벳 외에 아마존(Amazon), 메타(Meta),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트위터(Twitter)에서도 대규모 정리해고가 이어지면서 인공지능(AI) 연구자 개인뿐만 아니라 AI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의 일부 구글(Google) 직원들이 자신이 해고되었음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에 대한 가슴 아픈 보도가 있었다. 17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구글 검색에서 일해온 연구 과학자 댄 러셀(Dan Russell)은 새벽 4시에 업무를 마무리 지으려고 사무실에 갔다가 자신의 사원증으로 출입문을 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경제학자들은 세계 경제 전망이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서 올해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이에 빅테크 기업들은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경기 침체가 오면 AI 연구에 투입되는 자금이 끊겼다. 이런 시기를 ‘AI 겨울(AI winter)’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AI 연구는 여전히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그 결과 테크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는데도 AI 분야에 커다란 도약이 일어나고 있다.
사실 빅테크 기업들은 AI를 통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연구는 1950년대 후반에 처음 시작된 이후, 인기를 얻었다가 잃기를 반복하면서 격렬한 변화를 겪어왔다. 그 과정에서 총 두 차례의 AI 겨울이 있었다. AI 겨울은 1970년대에 한 번,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한 번 찾아왔다. 미국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 대학교(University of Texas)의 컴퓨터과학 교수 피터 스톤(Peter Stone)은 AI 연구가 이전에는 과대광고를 통해 과장된 기대를 받다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악순환 속에 놓여 있었다고 설명한다. 피터 스톤 교수는 과거 AT&T 벨 연구소(AT&T Bell Labs, 현재 노키아 벨 연구소(Nokia Bell Labs))에서 2002년까지 AI에 관한 연구를 했던 연구자이기도 하다.
수십 년 동안 벨 연구소는 혁신의 중심으로 여겨졌다. 얀 르쿤(Yann LeCun), 요슈아 벤지오(Yoshua Bengio),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 등 그곳에서 근무했던 연구원들은 노벨상과 튜링상을 여러 번 수상했다. 존 거트너(Jon Gertner)는 자신의 저서 《벨 연구소 이야기: 세상에 없는 것에 미친 사람들》(원제: The Idea Factory: Bell Labs and the Great Age of American Innovation)에서 “벨 연구소 경영진이 점진적인 기술 변화를 바탕으로 더 즉각적인 수익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연구소의 자원이 줄어들었고 결국 2000년대 초반의 인터넷 혁명을 활용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한다.
스톤은 “이전에는 AI 기술이 진전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신뢰할 수 없게 되고 실현하기 어려워진 이후에 경기 침체가 발생했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면 AI 연구에 자금을 지원했던 미국과 영국의 정부 기관들이 해당 AI 기술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음을 깨닫고 연구비 지원을 중단했다.
오늘날 AI 연구는 마치 ‘주인공’이 된 듯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있더라도 AI 연구는 여전히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University of Oxford)의 컴퓨터공학 교수이자 《 AI의 간략한 역사(A Brief History of AI)》의 저자인 마이클 울드리지(Michael Wooldridge)는 “우리는 여전히 AI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는 시스템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울드리지가 박사과정을 마쳤던 1990년대의 AI 분야에 대한 인식과는 전혀 다르다. 당시 AI는 여전히 비주류에 속한 이상한 분야로 여겨졌다. 울드리지의 설명에 따르면 그 당시의 주류 기술 분야가 AI를 바라보는 시각은 기존 의학계가 동종요법(homeopathy, 질병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물질을 극소량 사용하여 병을 치료하려고 시도하는 대체 의학)을 바라보는 시각과 유사하다.
오늘날 AI 연구 ‘붐’을 촉발한 것은 신경망(neural network)이다. 신경망은 1980년대에 커다란 돌파구를 발견하며 발전하기 시작했고 인간의 뇌가 보이는 패턴을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과거에는 컴퓨터가 신경망 소프트웨어를 실행할 만큼 성능이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기술이 벽에 부딪혔다. 그러나 오늘날은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와 성능이 매우 뛰어난 컴퓨터를 바탕으로 신경망 기술을 실현할 수 있다.
챗봇의 일종인 챗 GPT(ChatGPT)와 텍스트-이미지(text-to-image) 모델 스테이블디퓨전(Stable Diffusion) 같은 새로운 돌파구들은 이제 몇 개월마다 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스톤은 챗GPT와 같은 기술이 아직 완전히 탐구되지 않았으며, 산업계와 학계 모두 그러한 기술을 유용하게 활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한다.
울드리지는 본격적인 AI 겨울 대신 장기적인 AI 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이 감소할 것이고 AI 기술을 이용해서 수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이에 대해 “기업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연구가 제품에 통합되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일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오픈 AI(OpenAI)의 챗 GPT가 성공을 거둔 것을 보면서 구글은 자사의 핵심 제품인 ‘구글 검색’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여 위급 상황을 선언했고, 자체 AI 연구를 통해 검색 엔진을 공격적으로 개선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스톤은 현 상황과 벨 연구소에서 일어났던 일에 유사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AI 분야를 지배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의 AI 연구소들이 장기적인 심층 연구에서 벗어나 단기적인 제품 개발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격분한 AI 연구원들이 기업을 떠나 학계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면 대형 연구소들이 혁신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것이 꼭 나쁜 일은 아니다. 현재 일자리를 찾고 있는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암호화폐 분야의 거품이 꺼지면서 벤처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 대상을 찾고 있고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해당 기술이 어떻게 제품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현재는 AI 분야에 신기술의 잠재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매우 귀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대규모 해고와 관련한 소식은 우울하지만, 그래도 이것은 흥미로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