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aught myself to lucid dream. You can too.

꿈임을 자각할 수 있는 꿈, ‘자각몽’을 둘러싼 비밀

자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 꿈이라는 것을 지각하면서 꾸는 꿈을 ‘자각몽(自覺夢)’이라고 한다. 자각몽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 아직 알려진 게 많지 않지만 몇몇 연구원들은 자각몽이 우리의 뇌 기능에 대해 더 많은 걸 알아낼 수 있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우주를 소재로 한 기사를 쓰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기 훨씬 전인 19살 무렵 화성 표면 위에 서서 바위로 뒤덮인 갈색 사막을 내려다보는 꿈을 꾼 적이 있다. 적막감이 짙게 느껴지는, 영원히 따뜻할 것 같은 먼지가 휘날리는 사막이었다. 몇 시간 동안 화성의 멋진 모습에 심취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에 떠있는 우주 정류장이 보였다. 그래서 나는 아이언맨이 신는 것 같은 제트 부츠를 신고 정류장으로 날아 가려던 찰나 잠에서 깼다.

내가 꿈속에서 화성에 머물렀던 게 ‘우연’은 아니었다. 나는 꿈을 꾸는 동안 내내 내가 깨어 있는 상태라는 걸 알았다. 내가 ‘자각몽(自覺夢)’을 꾸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각몽이란, 자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 꿈이라는 것을 지각하면서 꾸는 꿈을 말한다. 나는 화성에 가기로 했고, 외계(外界)의 고독에 젖어보고, 하늘을 날기로 했다. 나는 당시 거의 매일 밤 이런 자각몽을 꾸면서 다양한 종류의 자각몽을 경험했다. 이상한 느낌이 드는 꿈도 있었고, 괜찮은 느낌이 드는 꿈도 있었다.

자각몽은 뭐라고 딱 잘라서 설명하기 쉽지 않은 꿈이다. 꿈을 꾸는 방식도 사람마다 다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자각몽을 꾸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함으로써 꿈속에서 더 능동적인 역할을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다. 나는 가끔 자각몽을 꾸면서 미지의 새로운 환경을 상상하는 대로 빈 캔버스 위에 즉흥적으로 그려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또 어떤 경우 자각몽 덕분에 대중연설을 할 때처럼 긴장되는 순간에도 잘 대처할 수 있었다. 꿈속에서 미리 연설을 연습해봄으로써 부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연설을 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자각몽은 몇 년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와 트럼프 게임을 하던 꿈이었다. 이 경험 덕분에 13세 무렵 감당하기 힘들었던 감정을 추스릴 수 있었다.

우리가 무작위로 자각몽을 꾸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도 그것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자각몽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가하는 지루한 물리적·사회적 제약에서 우리를 일시적으로 해방시켜 준다. 아울러 슬픔을 극복하고 한층 창조적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도 해준다. 하지만 나는 정신이 맑아진 순간(최근에는 좀처럼 그런 일이 없지만) 자각몽을 꾸면서 얻은 게 정말로 많다는 걸 깨달았다. 온라인 게시판에 자신의 자각몽에 대한 경험을 올린 사람들의 글 중에는 그것이 음악이나 소설 창작에 영감을 줬다거나, 현실 세계에서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거나, 어쨌든 자각몽 덕분에 기억에 남는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는 등의 경험담이 많이 들어있다.

위스콘신 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에서 인식을 연구하는 벤자민 베어드(Benjamin Baird) 박사는 “렘수면(REM sleep)은 무시된 자원과 같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사람들이 렘수면 상태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실제로 통제하고, 하고 싶은 일을 결정할 수 있으면 어떨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렘수면은 오락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 기억의 작동구조에 대한 연구, 그리고 온갖 종류의 다양한 신경과학에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렘수면은 잠을 자는 동안 꿈을 꿀 때 ‘안구가 빠르게 움직인다(Rapid Eye Movement)’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자각몽은 보통 렘수면 단계에서 경험한다.

베어드 박사는 자각몽을 흥미롭게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로 예술 분야를 꼽았다. 그는 “내가 만나본 시각 예술가들이 쓰는 기술 중 하나는 그들이 자각몽 속에서 ‘화랑’을 찾아내 전시된 그림을 보는 것”이라면서 “그런 다음 그들은 깨어나서 꿈에서 본 것을 그린다”고 말했다. 그는 “작곡할 때도 마찬가지로 악보에 쓰여진 음악을 (꿈에서) 들을 수 있다”면서 “그것은 마치 다른 사람이 작곡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머리로 작곡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덧붙였다.

베어드 박사를 비롯한 전 세계의 과학자들과 수면 연구실들이 자각몽의 작동 메커니즘과 자각몽을 꾸는 계기, 그리고 일반인이 평소 자각몽을 꾸는 법을 배울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고 싶어하고 있다. 아직 그러한 연구에 참여하는 과학자 수는 적지만 그래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과학자들은 꿈속에서 일어난 일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을 연구함으로써 두뇌와 생리적인 활동을 측정하고 관찰하며 그들의 머릿속에서 어떤 인지 과정들이 일어나는지 찾아낼 수 있다. 가령 머릿속에서만 존재하고 행해지는 특정 물체나 물리적인 작업을 뇌는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실재하지 않는 것을 보고 뇌는 어떻게 반응할지, 실제로는 완전히 각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뇌는 각성 상태를 어떻게 부분적으로 재현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교의 인지신경 학자인 마틴 드레슬러(Martin Dresler) 교수 같은 연구원들은 자각몽이 반복되는 악몽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 같은 임상적 장애를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드레슬러 교수는 “악몽을 꾸는 동안 그것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분명 그것이 주는 고통이 상당 수준 줄어들 거라는 게 직관적이고 개연성 있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러려면 꿈을 꾸다가 깨어나서 꿈을 멈추거나, 그게 아니라면 악몽이 꿈임을 스스로에게 주지시킴으로써 두려움과 공포로 인한 생생한 감정을 극복하는 방법을 훈련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잘 모르는 꿈꾸는 이유

우리는 왜 꿈을 꾸는가? 과학자들은 아직 그 이유를 확실히 모른다.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꿈이 우리의 억압된 소망을 보여주는 잠재의식이라고 생각했다. 몇몇 진화생물학자들은 우리가 실제 생활에서 겪는 위협적인 사건들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게 꿈이 진화했다고 믿는다. 수면 중의 신경세포 발화를 연구해온 많은 신경과학자들은 꿈이 우리가 기억을 암호화하고 통합하는 데 모종의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앨런 홉슨(Allan Hobson) 하버드 대학교 정신과 교수는 여러 다른 의식층들이 온종일 받아들인 것들을 뇌가 조화시키는 방법이 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꿈 자체는 연구원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는 주제지만 자각몽은 그렇지 않았다. 서양 문명에서 자각몽에 대한 최초의 문서화된 기록은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꿈에 관하여(On Dreams)>라는 논문에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논문에서 “사람이 잠들어 있을 때 의식 속에선 지금 보이는 게 꿈에 불과하다는 걸 알려주는 뭔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후 2,000년 동안 자각몽에 대한 일화성 증거가 과학 문헌에 산발적으로 등장하지만 실제 과학적 탐구라기보다는 호기심 차원에서 등장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1913년 네덜란드의 정신과 의사 프레데리크 반 에덴(Frederik Van Eeden)이 통찰을 얻는 꿈을 꾸는 경험을 묘사하는 논문에서 ‘자각몽’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 현상은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스티븐 라버지(Stephen LaBerge)에 의해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에 최초로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꿈을 꿀 때 수면자의 안구가 시선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라버지는 1981년 실시한 연구에서 자각몽을 꾸는 사람들에게 꿈을 꾸는 동안 바라봐야 할 곳을 특정해주었다. 예를 들어, 10번 연속으로 위아래로, 또는 여섯 번씩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보라는 식이었다. 그런 다음에 수면 중 그들의 안구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 결과, 자각몽을 꾸는 사람들은 꿈의 배경을 통제할 뿐만 아니라 꿈속에서 윤곽을 잡았던 결정을 깨어난 뒤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안구의 움직임은 이제 연구원들이 연구실에서 자각몽 상태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쓰는 중요한 표준 기술이다.

아마도 최근 몇 년 동안 등장한 가장 획기적인 연구는 자각몽을 꾸는 사람들이 깨어 있는 사람들과 양방향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2021년 2월 발표된 연구일지 모른다. 연구원들은 생물학 학술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전 세계 각기 다른 4곳의 장소에서 실시한 실험에서 자각몽을 꾸는 사람들에게 음성 메시지, 신호음, 불빛, 촉각 자극 등을 이용해 “8에서 6을 빼면 몇입니까?” 같은 질문들을 던졌더니 사람들이 특정한 안구 움직임을 통해 반응하곤 했다고 밝혔다. 연구원들은 사실상 자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던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수행된 34건의 연구를 분석해놓은 결과를 보면, 사람들의 약 55%가 평생 적어도 한 번은 자각몽을 꾸며, 4명 중 1명은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들은 상당히 편차가 크고, 대부분 주로 서양인들을 관찰한 결과다.

안타깝게도 자각몽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어 그것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각몽을 자주 꾸는 사람이 아주 드물기도 하지만, 실험실 연구에서 자각몽을 꾸는 순간을 잡아내기는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이 분야의 대부(代父)나 다름없는 라버지 박사는 렘수면 후반기에 안구가 움직이는 속도가 최고조에 달한다는 등의 자각몽을 꿀 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생물학적 특성 몇 가지를 지적했다. 사람들은 또한 일반적인 꿈보다 자각몽을 꾸는 동안 호흡과 심장 박동 속도가 빨라졌는데, 이것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더 활동적인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지금까지 자각몽에 대한 자기공명영상(fMRI)는 연구는 불과 단 한 차례만 있었는데, 네덜란드의 신경과학자인 드레슬러가 2012년 한 연구가 그것이었다. 드레슬러는 당시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자각몽이 ‘상위 인지(metacognition)’ 과정에 관여하는 전두극 피질(frontpolar cortex)을 더욱 활성화시킨다고 믿고 있다. ‘상위 인지’란 자신이 어떤 것을 알고 어떤 것을 모르는지와 같이 지식과 사고에 대한 인지를 말한다. 드레슬러는 또한 2015년에 자각몽을 자주 꾸는 사람들은 전두극 피질에 회백질(灰白質)이 더 많이 끼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를 끝냈다. 회백질은 척추동물의 중추신경(뇌와 척수)에서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곳으로 중추신경의 조직을 육안으로 관찰했을 때 회백색을 띠는 부분이다.

베어드와 드레슬러 같은 연구원들은 기관들이 대체로 자각몽을 꾸는 사람들을 관찰하기 위해 fMRI 기계 이용료로 시간당 500달러를 쓰는 것조차 가치 있는 투자로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그들은 최근 꿈 연구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고무되어 있다. 이런 관심은 특히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가 우리의 꿈에 이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더욱 커졌다.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삶을 조금 더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꿈이다. 그리고 나 역시 분명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자각몽을 꾸는 방법
다음은 자각몽을 꾸기 위해 과학자들이 종종 사용하는 방법이다.

1. 꿈을 기억하라
자각몽을 꾸려면 꿈에 대해 전반적으로 더 의식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꿈 일기를 쓰기 시작하라. 기상하자마자 기억나는 꿈 내용을 일기장에 상세히 적어라.

2. 목표를 정하라
베어드 등의 연구원들은 현재의 순간에 더 집중하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 자각몽을 꾸는 열쇠라고 주장한다. 잠이 드는 순간 의식적으로 자각몽을 꾸고 싶다는 생각에 집중하면 자각몽을 꾸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3. 현실인지 확인해보라
영화 <인셉션>에서 주인공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팽이 모양의 ‘토템’으로 현재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했다. 라버지 등은 이 방법이 어느 정도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깨어 있을 때 형광등을 켰다가 끄면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보는 등 몇 가지 방법으로 현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해보라. 그러면 이것이 꿈속 습관이 될 수도 있다.

4. 명상하라
나는 15살 무렵에 매일 몇 분씩 명상을 하자 자각몽을 꾸기 시작했다. 몇몇 연구결과가 명상과 자각몽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아냈지만 둘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아직은 불분명하다.

5. 새로운 경험을 하라
자각몽을 꾸는 사람들 사이의 공통점은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는 여러분에게 가능한 최선의 변화는 수면 자체보다는 여러분의 일상생활과 관련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라. 주변 환경에 대해 좀 더 호기심을 가져라. 그런 다음 적극적으로 꿈을 꾸려고 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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