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telescope broke the universe

제임스웹 망원경, 우주의 비밀을 찾아내다

지난 7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으로 발견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소방 호스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듯이 스트리밍되기 시작했다. 천문학자들은 모두 그 순간을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2023년 10대 미래 기술

본 기사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2023년 10대 미래 기술로 선정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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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계의 검투사들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에 장착된 적외선 장비 두 대가 포착한 관측 데이터로 생성된 스테판의 오중주(Stephan’s Quintet) 이미지를 살펴보면 은하계가 서로를 잡아당기거나 밀어내고 있다. 가장 왼쪽의 은하는 은하군의 일부로 보이지만 지구와 훨씬 더 가깝다.

나탈리 바탈하(Natalie Batalha)는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의 데이터를 갈망했다. 망원경이 최종 궤도에 도달한 지 몇 달 후, 그녀가 속해있는 UC산타크루즈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Cruz) 연구진은 태양 이외의 별 주위를 도는 소수의 외계행성을 관측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외계행성 중에는 지구에서 약 700광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어떤 항성의 주변부를 도는 뜨거운 가스 행성 WASP-39b도 포함되어 있었다. WASP-39b은 몇 년 전에 발견되었다. 지난 7월 중순 바탈하와 그녀의 팀이 멀고도 먼 세계를 관측할 수 있는 최초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으로부터 데이터를 얻었을 때, 지구에서는 흔하지만 외계행성의 대기에서는 한 번도 발견된 적 없는 원소인 이산화탄소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구에서 이산화탄소는 동식물 등 생명이 존재하는 데 핵심적인 원소이다. 자신의 항성을 공전하는데 지구 시간으로 4일 정도가 걸리는 WASP-39b는 너무 뜨거운 행성이라서 생명이 존재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이 발견은 앞으로 더 흥미로운 발견이 계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발견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목표지점에 도착하고 불과 며칠밖에 안 된 시점에 관측되었으니,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처음으로 관측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데이터를 살펴보기 위해 모인 연구자 그룹에 있었던 바탈하는 “매우 흥미로운 순간이었다”며 “우리는 이산화탄소가 펼쳐져 있는 환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견은 우연이 아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주도하에 미국, 캐나다, 유럽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역사상 가장 훌륭한 우주망원경이며, 기존의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약 100배 정확한 관측을 할 수 있다. 2022년 7월에 본격 가동에 들어가자 새벽 시간에는 외딴 은하의 이미지부터 먼지로 가득 찬 별들의 탄생지인 성운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우주 전체의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University of Copenhagen in Denmark)의 천문학자 가브리엘 브라머(Gabriel Brammer)는 “우리가 기대했던 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훌륭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빠른 관측이 가능해진 것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자체의 성능 때문만이 아니다. 천문학자들은 이 망원경을 통한 관측을 준비하던 수년 동안 관측 데이터를 유용한 정보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누구나 쉽게 대부분의 관측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천문학계 커뮤니티에서는 데이터가 들어오는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관측자들은 이전 모델인 허블 우주망원경을 활용하면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관측 일정도 최대한으로 잡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NASA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담당 학제간 과학자이자 워싱턴 DC에 위치한 천문학 연구 대학 협회(Association of Universities for Research in Astronomy)의 과학부 부회장인 하이디 해멀(Heidi Hammel)은 “우리의 기대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또 “일단 운영 모드에 들어가면 모두가 쉼 없이 일했다. 우리는 매시간 은하계나 외계 행성 또는 항성의 탄생을 보고 있었다”며 “마치 소방 호스 같았다”고 전했다.

몇 달이 지난 지금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계속해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지구상의 천문학자들에게 보내고 있으며, 먼 우주, 외계 행성, 항성 형성, 은하 구조 등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가끔은 과학적인 과정보다 속도에 중점이 되어 모두가 이 한바탕 활발한 시기를 즐기지 못했지만,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엄청난 속도로 전 세계의 청중들을 매료시키고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소방 호스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듯 새로운 데이터들이 계속 관측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수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프 열기

“우리의 목표는 제임스웹 망원경이 쉴 새 없이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망원경이 유휴 상태가 되는 것이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지구에서 150만 킬로미터 떨어진 안정된 지점을 중심으로 태양의 궤도를 공전한다. 기린만큼이나 큰 도금된 주경은 테니스장 크기의 차폐막이로 태양의 빛으로부터 보호되어 적외선으로 볼 수 없었던 광경을 선사한다.

망원경이 완성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80년대에 최초로 구성된 이 망원경은 2007년경에 10억 달러의 비용으로 완성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러 문제가 발생하여 시간이 지연되었고 이에 따른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어 한때 “천문학을 집어삼킨 망원경”이라는 오명도 얻었다. 2021년 12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마침내 발사되었을 때의 추정 비용은 거의 100억 달러로 급증해 있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발사한 이후에도 불안한 순간은 있었다. 망원경이 달 궤도를 넘어 목표 위치까지 이동하는 데만 한 달이 걸렸고 적외선에 민감한 망원경 기기를 시원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거대한 가림막을 포함하여 여러 구성 요소를 배치하는데 수백 개의 작동 부품이 필요했다.

다행히도 이쯤에 들어서는 일정 지연 및 예산 초과는 극복되었고 대부분의 긴장감은 완화됐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볼티모어에 있는 우주망원경 과학연구소(Space Telescope Science Institute)가 세심하게 계획한 업무를 열심히 해내고 있다. 연구소 팀은 매주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실행해야 하는 수백 개의 승인된 프로그램의 장기 일정을 꺼내어 망원경의 다음 관측 업무를 계획한다.

연구소 팀의 목표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쉴 새 없이 가동하는 것이다. 우주망원경 과학연구소의 장기 계획 책임자인 데이브 애들러(Dave Adler)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망원경이 유휴 상태가 되는 것”이라며 “이 망원경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1990년대에 허블은 프로그램이 변경되거나 취소되면 때때로 우주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일정 신청을 더 받았다. 내부 추력기와 반작용 바퀴는 방향을 바꿀 때 회전시켜주는 부분으로 공중에 떠 있는 다양한 목표물 사이에서 망원경을 정밀하게 이동시킬 때 쓰인다. 애들러는 “목표는 우리가 과학을 하지 않는 시간을 언제든지 최소화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기존의 허블망원경이 하루 1~2GB가량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하루 50GB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이미지와 분광 서명(본질적으로 빛이 요소로 분해된 것)이 포함된 데이터는 우주망원경 과학연구소에서 실행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공급된다. ‘파이프라인’으로 알려진 이것은 망원경의 원시 이미지와 숫자를 유용한 정보로 바꾼다. 이 중 일부는 공개 서버에 즉시 공개되며 열정적인 과학자들 혹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포토 봇(JWST Photo Bot)과 같은 트위터 봇에 의해 선택되기도 한다. 다른 데이터는 소유권을 가진 프로그램의 과학자들에게 전달되어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 내부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파이프라인은 기본적으로 파이썬(Python)과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로 만들어진 코드의 조각들이다. 이는 천문학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지만, 천문학자들이 허블을 사용해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100만 초 동안 관측한 이후인 2004년에 상당히 발전했다. 원래 목표는 먼 우주에서 떨어져 있는 외딴 은하를 찾는 것이었지만, 이를 수행하기 위해선 800회에 걸친 노출 시간이 필요했다. 이는 허블의 기획자들이 수동으로 하기에는 너무 벅찬 작업이었다.

기획자들은 대신 이러한 노출을 사용가능한 이미지로 전환하는 파이프라인을 개발했는데, 이는 각 이미지마다 자체 보정 및 정렬이 필요하여 부담이 큰 기술적 문제가 있었다. 우주 망원경 과학연구소의 연구 천문학자인 안톤 쾨케모어(Anton Koekemoer)는 “당시 커뮤니티가 800회의 노출을 자체적으로 결합할 것이라고 감히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며 “목표는 과학을 훨씬 더 빨리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얻어진 놀라운 이미지는 우주에 펼쳐져 있는 10만 개의 은하를 찾아냈고 이는 허블초전심(Hubble Ultra Deep Field)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우주망원경 과학연구소가 개발한 단일 마스터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사용할 시, 모든 기기에서 이미지와 데이터를 가져와 과학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 그 후 여러 아마추어 및 전문 천문학자들이 발사 전 몇 달에서 몇 년 동안 개발한 자체 파이프라인을 사용하여 데이터를 추가로 연구한다. 천문학자들은 이러한 노력을 통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데이터가 지구에 실시간으로 전송되기 시작하면 이를 곧바로 분석할 수 있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몇 개월이 걸리는 데이터 분석을 단 몇 시간 만에 처리할 수 있다.

브라머는 “우리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며 “갑자기 파이프가 열렸고 우린 바로 투입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거대한 반사경
2011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주경 부분이 극저온 테스트를 하기 위해 준비되어 있다. 거울 전체는 금으로 코팅된 베릴륨 재질로 만들어졌고, 18개의 부속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길이는 6.5미터이다. 발사할 때를 고려하여 접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정밀 위상 조정
이 이미지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광학 정렬 테스트 중에 촬영되었으나,
뒤에 우연히 나타난 수많은 별과 은하들로 하여금 망원경의 감도를 함께 증명하고 있다.
절묘한 고리
7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에 탑재된 근적외선 카메라는 해왕성의 스냅샷을 촬영했다. 연구진들은 이 사진이 1989년 보이저 2호(Voyager 2)의 비행 이후 거대 행성의 고리를 가장 선명하게 포착한 이미지라고 말했다.

어디에나 있는 은하

허블 우주망원경은 지구 표면에서 불과 수백 마일 떨어진, 우주 비행사가 방문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곳에서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를 돌고 있다. 그리고 1990년 발사된 이후에 허블망원경 거울에 발생한 뒤틀림에 대한 수리를 시작으로 수년 동안 망원경을 수리하거나 개선할 수 있었다. 반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달보다 훨씬 더 먼 위치에 놓여있기 때문에 자체 운용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미국 항공우주국 고더드 우주비행센터(Goddard Space Flight Center)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광학 망원경 소자 관리자(optical telescope element manager) 리 파인버그(Lee Feinberg)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실제로 관측 결과를 보내올 때 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는 제임스웹 망원경이 우주 공간에서 목표물을 정확하게 포착하는지 확인하려고 “20년 동안이나 망원경의 배치를 시뮬레이션해왔다”고 전했다.

그의 기다림은 3월이 되면서 끝났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달 너머의 목표 위치에 도달했고 파인버그와 그의 동료들은 마침내 테스트용 이미지 촬영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 아침, 우주망원경 과학연구소에 출근해 보니 테스트용 이미지 촬영 결과물 가운데 하나인 별의 사진이 그의 화면에 올라와 있었다. 정말이지 놀랍고도 뜻밖의 일이었다. 파인버그는 “말 그대로 수백 개의 은하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매우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했다. 그럴 의도로 촬영하지는 않았지만, 사진들은 먼 우주로 뻗어 나가는 은하계를 보여줄 만큼 선명했다. 그는 “망원경이 이렇게 잘 작동한다는 사실에 다들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제임스웹 망원경이 작동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작동에 필요한 장비들을 테스트하고 조정하는 작업뿐만 아니라 극저온으로 냉각시킨 중적외선기기(Mid-Infrared Instrument)로 WASP-39b를 살펴보는 과정도 있었다. 중적외선기기는 스펙트럼의 적외선 부분을 가장 깊이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에 탑재된 도구로 행성의 대기에 떠다니는 많은 신호를 쉽게 감지해 낼 수 있다. 중적외선기기의 분광기는 과학자들이 WASP-39b의 대기에서 나오는 빛을 구분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러나 파인버그의 팀은 관측한 데이터를 직접 분석하는 대신 미국 항공우주국 캘리포니아의 아메스 연구센터(Ames Research Center)에 소속된 베이 지역 환경연구소(Bay Area Environmental Research Institute)의 천문학자 테일러 벨(Taylor Bell)이 개발한 ‘유레카!’(Eureka!)라는 파이프라인을 사용했다. 벨은 “우리는 원시 데이터를 분석하여 대기 스펙트럼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외계 행성의 데이터를 분석하려면 통상적으로 수개월의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관측을 시작한 이후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산화탄소의 흔적이 불쑥 나타났다. 행성 구성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군데군데 떠 있는 구름의 존재를 포함하여 행성에 대한 많은 다른 세부 정보들이 분석되어 공개되었다.

다른 과학자들은 훨씬 더 멀리 있는 우주 목표물을 관측하기 위해서 파이프라인을 사용했다. MIT의 로한 나이두(Rohan Naidu)가 이끄는 연구팀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초기 이미지를 연구하면서 빅뱅 이후 불과 3억 년 후에 생성된 빛을 지닌 원격 은하이자 가장 오래된 은하인 GLASS-z13을 발견했다. 이 발견은 은하가 예상보다 더 일찍이, 어쩌면 수억 년 전에 형성되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즉, 우주는 우리가 알고 있던 때보다 더 이전에 형성되었다는 뜻이다.

나이두의 발견은 브라머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이미지 가운데서 은하의 빛을 분석하기 위해 개발한 파이프라인 ‘이지(EAZY)’에 의해 가능했다. 이 도구를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깃허브(GitHub)에 올린 브라머는 “이러한 이미지 관측을 사용하면 천체의 거리를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먼지 속의 조각품
남쪽 고리 성운의 중심에 있는 밝은 별은 주변의 고리 성운과 좁은 거리를 유지하며 궤도를 돌고 가스와 먼지층을 방출시킨다. 이 이미지에서 보이는 짙은 청록색은 그 과정에서 떨어져 나간 물질이 유난히 밀도가 높고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워

“새로운 미지의 발견이라면 10번 또는 100 번 이상 검토된 이후 발표되어야 하지만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관례상 과학 분야에서는 연구자들이 논문을 저널에 제출하고 논문이 해당 분야의 동료들에 의해 검토된 후 최종적으로 출판이 승인 또는 거부된다. 이 절차는 몇 달, 심지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출판 과정에서 지연되기도 하지만, 항상 정확성과 과학적 엄격함을 우선시한다.

그러나 이 절차를 건너뛰는 방법이 있다.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바로 동료들이 리뷰하기 전에 아카이브(arXiv) 웹사이트에 과학 논문의 초기 버전을 게시하는 것이다. 즉, 저널에 출판되기 전에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연구를 저널에 싣지 않고 아카이브에만 올리고 과학자들은 트위터와 다른 포럼들에서 공개적으로 논의를 이어가기도 한다.

아카이브에 연구결과를 올리는 방법은 과학자들이 신속하게 출판하고자 하는 새로운 발견이 있고 경쟁 논문이 나오기 전에 알리고 싶을 때 많이 사용된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경우, 첫 1년 동안의 프로그램 약 5분의 1은 오픈액세스(open access)이다. 즉, 데이터가 지구로 전송되는 즉시 모두에게 공개된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연구진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받는 다른 사람들과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된다. 망원경에서부터 오는 데이터가 소방용 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처럼 전송되기 시작한 7월부터, 많은 연구자들은 좋든지 싫든지 초기의 관측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아카이브로 눈길을 돌렸다.

빅뱅 이후 먼 우주의 은하를 찾기 위한 경주에 뛰어들기 위해 초기부터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분석에 노력해온 로마 천문대(Astronomical Observatory of Rome) 소속 천문학자 에말리아노 멀린(Emiliano Merlin)은 “다들 무어라도 빨리 발표하기 위해 서둘렀다”고 말했다. GLASS-z13과 12개가량의 다른 흥미로운 후보들의 발견은 후속 관측을 통해 빛의 나이를 확인하기도 전에 발표되었다. 멀린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러한 미지의 발견은 여러 번에 걸쳐 연구된 후 발표되어야 하지만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경우 그러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 가지 우려는 망원경의 초기 보정 문제로 인해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행히도 현재까지는 많은 초기 관측 결과들이 정밀 조사를 통과했다. 지구 기반의 망원경으로 확인한 후속 관측 결과에 의하면 GLASS-z13은 실제로 기존의 기록을 깨는 가장 오래된 초기 은하일 수 있다고 한다. GLASS-z13(현재는 거리 측정의 개선으로 인하여 명칭이 GLASS-z12로 수정됨)보다 훨씬 더 일찍 형성된 다른 은하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우리가 우주에서 구조가 어떻게 모습을 드러내는지 다시 살펴봐야 할 필요성이 매우 높음을 말해준다. 어쩌면 초기 우주를 설명하기 위한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 등장할 수도 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는 그 결과를 서둘러서 공개하려다 혼선을 초래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데이터 중 약 80%는 그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연구원이 12개월 동안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소규모 그룹에 속한 과학자들은 자신의 데이터를 대중에게 공개하기 전에 더 신중하게 검토할 수 있다.

유럽 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의 과학 및 탐사 선임 고문이자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담당하는 과학자 마크 맥코그린(Mark McCaughrean)은 “망원경의 독점적 이용 기간은 자원에 대한 불균형을 고르게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며 “만일 독점적 이용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면 대규모 팀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망원경의 사용이 결정되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과학자는 할당된 12개월을 모두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의 발견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보내오는 엄청난 데이터의 일부가 될 뿐이다. 오픈액세스 관측도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대중들도 더 많은 독점적 관측 결과를 만나볼 수 있게 될 것이다. 해멀은 “이제 소방 호스가 열렸으므로 향후 10년 이상 동안 논문들이 계속 쏟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보다 훨씬 오랫동안 연구가 진행될 수도 있다. 파인버그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20년 이상 운영할 수 있는 연료를 보유하고 있어 2040년대까지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멀은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우주의 문을 열고 있다”라며 “살아있는 한 종으로서 이런 발견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것은 정말 흥미진진한 일이다”라고 전했다.

별의 요람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창조의 기둥’의 모습을 새롭게 포착했다. 창조의 기둥은 허블망원경 팬들에게는 친숙한 광경으로서 새롭게 탄생하는 별들로 가득 찬 먼지투성이의 난기류 지역의 모습이다. 이 모습은 약 6,500광년 떨어진 독수리 성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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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나단 오캘리헌(JONATHAN O’CALLAGHAN)은 영국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우주 저널리스트이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매거진

2023년 10대 미래 기술(Volume 6)편

본 기사는 <MIT 테크놀로지 매거진> 2023년 1·2월호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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